용인 모처(25.12.14. 밤)
천체망원경을 구입한 이후, 옛날에 그 병이 또 도졌다. 계속해서 날씨를 체크하고, 구름 없는 밤에는 꼭 별을 보려고 관측지를 찾아헤매고 있다. 그렇게 몇 개 알게 된 후, 드디어 가족과 함께 번개 관측에 나섰다. 때는 일요일 저녁...왜 하필 꼭 다음날 출근 압박이 있는 일요일 저녁에만 날씨가 좋은 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장소는 용인의 모 야구장 부지. 마침 쌍둥이 자리 유성우 시즌이라 아이들에게도 기대를 잔뜩 심어놨고, 그렇게 막상 밤 8시경 도착해보니 인근 테니스장이 한창이라 엄청난 광해가 쏟아진다. 아차 싶어, 인근의 다른 곳을 물색해보니 공사 중인 도로 몇 군데가 보인다. 한 가지 흠이라면 그 앞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 보안용으로 조명을 달아놨는데, 어쩔 수 없이 주차방향을 조절하여 관측 위치에서 가려지게끔만 조정했다.


동쪽으로는 찬란한 밝기의 목성을 필두로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겨울철 별자리들이 한창 떠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내는 별똥별을 3개나 봤고, 나도 두어개, 큰 아이는 여전히 못 본 상태. 유성우 극대기가 아닌지라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별똥별을 단 몇개라도 보는 경험을 해주고 싶어서 마음이 다소 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망원경을 세팅하고, 목성도 보여주고, 오리온 대성운도 보여주고, 플레이아데스 성단도 보여주니 다들 신기해 하고, 너무 좋아한다. 목성은 그 동안 새벽에만 나 혼자 나가서 촬영했기에 아이피스로 실물을 본 기회는 다들 없었다. 아이피스로 보면 너무 밝아서 디테일이 좀 떨어는 지는데 그래도 눈알을 잘 굴려보면 벨트도 볼 수 있고, 위성도 함께 보인다. 오리온 대성운은 사진처럼 컬러풀하지는 않지만, 모노크롬하면서도 뭔가 뿌연 성운끼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밤 9시가 되자 테니스장 쪽 조명이 소등되었고, 정돈 후 야구장 쪽으로 이동하여 큰 아이가 못 본 별똥별 두 개를 본 후, 집으로 복귀했다. 작은 아이는 아쉽게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여 도착 후 온갖 짜증을 부리며 차안에서 버티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봤다. 밤에 데리고 다니려면 섬세한 케어가 필요하다는 걸 아빠도 엄마도 간과했다. 다음부터는 더 잘 돌봐서 꼭 경험하게 해주어야겠다.
화성 모처(25.12.17.밤)
40분 거리의 용인을 한번 다녀왔는데, 별은 제법 보였지만, 딥스카이까지 원활한 수준은 아니었다. 뭐 당연한 거지만...그러고 보니, 그 정도는 내 회사 출근길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몇 군데로 찾아보니 꽤 괜찮은 곳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곳도 도농 복합이다보니 어딘가에 농업 부지들이 있는데, 그 사이 사이 차 한대정도 다닐만한 길들이 좀 있고, 그 중간에 주민 편의를 위한 운동기구와 정자가 있는 아주 작은 공원(?) 같은 것이 있다. 마침 주차도 한 대 정도(밤에는) 가능한 곳이라 사전 답사 후, 관측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큰 아들만 함께 했다. 워낙 어둡고 오지까지는 아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인지라...그런데 중학생 정도 되니 이럴 때 데리고 다니기에는 충분히 믿음직 스럽다. 또 각종 설치에 필요한 잔 심부름 정도는 능히 커버 가능하다.
관측지 바로 건너편에 창고하나가 있었는데, 거기 가로등이 또 켜져있다. 정말 옥의 티 중에 옥의 티, 역시 차로 시야만 가로 막고 관측시작.
설치가 끝난 직후 하늘을 보니, 마침 서쪽으로 토성이 지고 있었다, 서쪽은 얕지만 시야는 가릴만한 야산이 있어 시간이 급하다. 얼른 토성을 잡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데, 아...영판 별로다. 지난 번 관측 이후 파인더가 또 틀어졌다. 간신히 간신히 화면 시야에 넣었는데, 경통 냉각이 덜 된 상태여서인지 상이 엄청 흔들린다. 몇 분 고생하다가 결국 산 밑으로 넘어가면서 포기.

다시 동쪽을 바라보자, 엄청난 밝기의 목성이 있고, 주변으로 겨울철 별자리들이 떼로 있다. 고투 기능 숙달을 위해 synscan pro 앱을 켜고 Bright star alignment를 하고 나니, 와.....고배율 아이피스에 바로우2x까지 끼고 돌리는데도 아이피스 시야에 빡빡 들어온다.
가장 먼저 목성부터 봐주고, 행성카메라를 바로 연결. 와...오늘은 벨트 두개에 더해 대적반까지 보인다.

그 다음은 플레이아데스 성단. 이거는 이번에 새로 구매한 Svbony 32mm 아이피스를 써봤다. 역시 광시야라 한 눈에 별 7개에 주변부 수십개의 별까지 들어온다. 그 영롱함에 울 아들 1차 감탄.
그 다음은 고투 기능으로 M43 오리온 대성운을 다시 잡았는데, 이번에는 성운기 + 트라페지움까지 또렷이 보인다. 아이에게 새로운 별의 탄생지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니 서사가 더해진다.
그 사이 몇가지 메모해둔 산개성단들도 잡아봤는데 사실 잘 못알아보겠다. 좀더 경험이 필요한 부분. 그러다가 불현듯 페르세우스 자리 이중성단이 떠올랐고, 바로 검색 후, NGC869를 synscan pro 앱에 입력하니, 곧바로 이동. 인터넷에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보이는 두 개의 붙어있는 별 무리들...
내친김에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도전했으나, 음 이곳에서는 무리인듯. 눈에 확들어올만큼의 밝기는 아니었는 듯 하다. 어쨌든 이것도 나중에 더 좋은 관측지에서 도전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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