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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리뷰하기

가성비 음향기기 찍먹 한달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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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무손실 음원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고, 내가 수 개월간 써온 애플 뮤직에서 별도의 금액추가 없이 구독료만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나니, 이걸 왜 이제서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원 음질에 대해서는 mp3 128kbps이 대세인 시절부터 특유의 치찰음 섞인 손실음원이 참 값싸게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한때는 320kbps mp3음원만 수집하기도 하고 했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 당시에는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유통(?)되던 FLAC(무손실) 음원이 애플이 쏘아올린 공(?) 덕에 이제는 거의 대세이자 New normal이 되어가는 분위기라니 참 생경하기도 하다.

 

어찌됐건 그런 지식은 또 금방금방 습득하는 편이라, FLAC, ALAC, MQA(Tidal only)까지 단숨에 독파하고 나니, 이제는 DAC와 리시버가 안 따라주면 고음질 음원을 듣는 행위도 그닥 쓸모없는 짓거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우선은 가성비 음향기기들을 들이기 시작한다.

 

DAC는 이쪽 방면 유명 유튜버가 극찬한 페리오딕 로듐(Periodic Rhodium)을 들이고, 이어폰은 와이프의 구형 갤럭시 S8의 번들로 굴러다니던 EO-IG955로 시작한다.

단촐하기 그지 없는 페리오딕 로듐의 포장이다(우측), (좌측)은 AME의 Female C-type 라이트닝 젠더

청음

최초 청음은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무손실(24bit/192kHz) 음원 중의 하나인 Eagles의 Hotel California였다.

이 노래는 고등학교 때 가끔 들었던 노래인데, 보컬 특유의 목조임(?) 소리 때문에 중독성이 있는 그러나 맘편히 들어주는 그런 노래는 아니었는데, 초반부 기나긴 반주에서 띵~~띵~띵~띵~~띵띵하는 기타 소리가 마치 처음 들어본 거 마냥 가슴을 때리고, 비행기 소리 같은 것도 지나가고 중간 중간 심벌즈 소리도 이런 게 있었나 싶게 들려왔다. 두번째 청음곡은 Billie Eilish의 Bad guy였는데, 음절 중간중간 숨소리가 미칠듯이 선명하게 들리는 게 아...이래서 빌리빌리하는 구나 싶었다.

 

물론 이런 소리는 나중에 보니 그냥 에어팟이나 싸구려 이어폰 같은 거로도 들리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런 소리가 있음을 알고 들으니 들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이후로 리시버와 DAC을 바꾸고, 음원도 여기저기 음질별로 들어보니 알고 있던 것보다 다른 게 느껴지는 순간은 딱 그때 뿐이고 (처음 듣는 다는)느낌 자체가 잘 재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막귀 레벨이고, 가청 주파수 범위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업그레이드? 옆그레이드?

이렇게 소리 맛(?)을 한번 보고 나니, 이제는 리시버 욕심이 생긴다. 보유 중인 에어팟3도 물론 꽤 음질이 좋다고는 하지만, 무선은 무선이고 어찌됐건 AAC가 한계인지라 무손실은 아니니...그렇게 검색을 거듭하다보니 AKG N5005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러나 핫딜($199.99)은 이미 끝난 지 오래에 기약도 없고, 중고로 사기에는 좀 무섭고 또 생각보다 효과를 못 느낄(?)까봐 겁도 나서 주저주저하게 되더라. 결국 폭풍 검색 끝에, 중국산 중 그래도 중저가로 평이 좋은 BQEYZ Spring 2(일명 비퀴즈 봄투)로 업글을 단행한다.

생긴 거 부터가 무슨 보석모양처럼 유려하다
기본 케이블은 2pin, 0.78mm 단자이며, 이어팁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들어있다.

소리는 처음에는 갤럭시 번들AKG하고 이게 뭔 차이가 있나 싶은 기분이 드는데, 한동안 듣다가 다시 AKG번들을 들어보니 역체감이 확실히 있다. 특히나 BQEYZ Spring2 는 듣고 있다보면 뭔가 홀린 듯 맑고 깨끗한 소리가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요즘은 고음질 음원을 찾아듣다보니 클래식 음악도 많이 듣게 되는데, 바이올린 소리나 고음 여성보컬 쪽(성악)을 듣다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서 이걸 듣고 있나 착각이 들만큼 고음역에서도 노이즈 없이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MQA with Hiby FC4

이제는 이 방면에 빠지는 사람들의 typical route에 따라 자연스럽게 TIDAL 서비스쪽에 기웃기웃거리게 된다.

2~3년 전 언젠가 Tidal에서 5개월 무료체험 서비스가 있어서 잠깐 들었던 적은 있는데, 가요도 얼마 없고, 그때는 리시버, DAC 이런 거는 1도 관심이 없던 때라 그냥 그렇게 몇 곡 들어보지도 않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관심을 가져보니 고음질 Master 음원의 경우 구독료가 월 3만원(?)...헉 소리가 난다. 그러나 우리는 방법을 찾게 되어있다. VPN을 써서 아르헨티나로 가입했더니 약 2천원 수준이다. Tidal 음원의 경우 대부분 MQA 형식으로 folding 되어있다. 이게 손실압축처럼 영원히 날려버리는 게 아니라, 과거 같으면 날릴(?) 영역의 데이터를 초저음역대로 '접어(Folding)'서 파일 크기를 줄이고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만든거라, 말그대로 unfolding을 해줄 디코더가 필요한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들으려니 MQA 디코딩을 지원하는 DAC가 필요하다. 그래서 알리를 폭풍검색하여 Hiby FC4가 세일을 하고 있음을 알고 이런저런 쿠폰으로 깎고 깎아 6.6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의 특징은 MQA 8x unfolding을 지원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Tidal 앱에서 2x unfolding(보통은 24bit/88.2 or 96kHz까지)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기에 두번 더 펼쳐 8x면 384kHz 음원까지는 너끈히 커버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전면 LED 라이트를 통해 음원 색상보기가 지원되고, 여기에 특유의 MQA 마젠타 색상이 보여 성공적으로 재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아져(?) 마치 안들리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마법이 일어난다. 또한 기기 한 쪽 측면에 물리키로 된 볼륨 업다운 버튼이 있어, 휴대폰으로 음악청취 시 볼륨 조절을 위해 화면을 켤 필요가 없다. 

 

사실 페리오딕 로듐과 비교해 봤을 때 드라마틱한 음질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며, 아직 막귀레벨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출력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며, MQA 마젠타 표시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며, 외부 물리키가 있는 점, 그리고 일부 매니아들에게는 4.4mm단자가 따로 또 있는 점은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에필로그: 음악을 듣는 방식의 변화

기질적으로 항상 빠져들 그 무언가가 필요한 부류의 사람이고, 그것으로 삶의 낙을 유지(?)해 나가는 타입이라 이번 '몰입'이 또 얼마나, 어디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으로 마구 질러댈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또 가청주파수가 줄어드는 나이에 접어든 만큼 기기 섭식 같은 것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해서는 좀 달랐으면 하고, 또 그럴 것 같다. 그동안에는 보컬 위주로 음악을 들었고, 그것만을 듣는 재미로 음악을 대했다면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악기의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적잖은 배경소리들의 조합으로 좀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이제 막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되는 것은 삶에서 참으로 즐겁고 재미난 경험 중에 하나이다. 그것이 실제 나의 삶을 이끌어 왔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게 사실이다. 삶에 재미를 더해주는 우연과, 경험의 산물인 내 인생의 수많은 '점'들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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